우리는 지금 새로운 파도를 눈 앞에 마주하고 있습니다.
AI와 블록체인의 등장을 보세요. 물론 기술 자체가 등장한 건 꽤나 시간이 지나긴 했습니다. 다만, 이 기술이 엔지니어들이 아닌, 세상 밖으로 나와서 사람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표면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전혀 달라 보이는 이 두 기술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행동 주체의 간소화를 이끌어낸다는 점입니다.
생각해보세요. 블록체인에 의해,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큰 규모의 사업은 큰 규모의 회사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규칙이 파괴되었습니다. 유니스왑[^1]은 유니콘 기업가치를 달성할 때의 팀원이 20명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AI의 등장으로 가속화될 것입니다. 생성형 AI를 사용해 보셨나요? 적절한 사용 방법만 이해한다면, 쉽고 빠르게 데이터를 분석하고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몇가지 꼭 필요한 변화가 있습니다.
빠르게 행동하기
지난 10년간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프로덕트들을 만들면서 느낀 것은, 그 무엇보다 빠르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계 사람들이 이 말을 충분히 이해하고 마음 깊이 받아들였다고 말하지만, 행동을 보면 별로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때론 엔지니어적 사고과정과 기획자 적 사고 과정에서 “거의” 유일하게 합의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바로 미루는 거죠. "아직 준비가 안 됐으니까.."
저는 경력의 모든 시간을 프로덕트를 정의하고, 점차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 속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너무 느리고 무겁습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빠르게”도 초기 MVP 출시까지 한 달, 두 달이 걸립니다. 그리고 이 정도도 빠른 작업이었다고, 그들과 경쟁하는 다른 큰 규모 기업과 비교하며 자신을 위로합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창업해본다고 합시다. 지금까지의 행동대로라면 로그인할 수 있고, 기본적인 푸시 정도는 제공해야 하며, 디자인이 너무 구리지 않고, 핵심 기능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혹은 서비스를 만들어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합시다. 얼마나 걸릴 거 같나요? 그 서비스가 성공할 가능성은요?
만들어진 스타트업에서 피벗을 하는 일은 매우 흔합니다. 아무리 잘 만들고 잠재가치가 높은 서비스라 하더라도, 지금 당장 팔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거든요. 그래서 프로덕트와 IR 자료를 만들고, 이것저것 테스트를 해보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다른 “돈 되는” 무언가를 찾아 떠나야 합니다.
만일 조금 괜찮아지더라도 서비스의 궤도를 올리고 확장 해 나가기 위해서 스타트업들은 투자를 받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자본을 미리 끌어다 써 현재의 성장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죠.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있는 스타트업은 많습니다. 저도 실제로 몇 년간은 그것이 왕도라고 여겼습니다. 실질적인 성공사례로 보이는 것의 대부분이 그런 서비스들이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고, 세상은 복잡해집니다. 세상의 흐름은 더욱 빨라질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 따라 아예 접근 전략을 다르게 해야 합니다. 사 줄 것만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느끼기에 그들 머리에 불이 붙었다고 느끼면 바로 사 줄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줄 것이냐 물은 후, 실제로 돈을 받고, 그 뒤에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 주면 되겠죠. 그리고 그게 더욱 잘 팔리면, 저희가 잘 사용하는 도구들을 이용해 자동화하면 되겠죠.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빠르게 결정하고, 빠르게 검증하고, 문제가 생길 때 빠르게 행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빠른 의사결정과 행동이 성공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2]
변화하는 패러다임의 핵심
저는 은 탄환은 없다(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주는 하나의 도구는 없다)라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지만, 어떤 문제의 핵심(core)는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위에서 제가 언급한 패러다임의 핵심은 무엇이 될까요? 바로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셜 네트워크와 숏폼의 등장으로 사람들의 사고 능력에 대해 학자들은 많은 의문과 걱정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가 AI의 본격적 등장으로 인해 점차 가속화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흥미롭게도 우리가 사용하는 생성형 AI는 내가 얼마나 고민하고 프롬프트를 만들어내는가에 따라 엄청나게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별로 쓸모 없는 데이터를 뱉어내기도 합니다. 반대로, AI를 단순 아이디어 생성기라던가, 글쓰기를 도와주는 에이전트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 모두가 뒤쳐질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AI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이를 레버리지하여 협업할 수 있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모든 면에서 치고 나아가는 속도가 훨씬 빠를 거라고 믿습니다.
위에서 말했듯, 빠른 의사결정은 성장과 성공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역설적으로 성장과 성공을 통해 회사의 볼륨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이러한 의사결정에 방해를 받습니다. 저는 이러한 모순을 향후 10년을 지배할 AI와 블록체인 기술이 해결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믿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수조원 기업가치를 호가하는 사업의 사무실 규모가 오피스텔 하나로도 퉁쳐질 수 있는 세상이 머지 않았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저는 여기에 베팅 할 생각이구요.
테이크-오프를 위해
테이크 오프라는 서핑 용어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파도에 올라탄다는 의미로, 테이크 오프에 성공하면 이제 일어서서 파도가 가하는 힘을 따라 나아가게 됩니다. 저는 2025년이 파도의 시발점이라 여깁니다. 실질적으로 행동하면서 테이크 오프를 위해 여러 준비를 할 시간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그리고 패러다임을 선점 혹은 탐구해서 이득을 보는 것은 저희가 매우 잘하던 일이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나 세상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그를 예측해서 한발짝 빨리 뛰어드는 것입니다. 저희는 늘 이렇게 선점효과를 누려왔고, 그 시야는 망가지지 않고 오히려 더 다듬어졌다고 느낍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파도 위에 몸을 얹어보고자,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 우리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문제인 “돈”을 풀고 싶다
- 그리고 그 문제를 “이전에 없던 방식으로” 풀어내고 싶다. 이전에 없던 방식이란? 위에 말했듯 민첩한 행동을 위해 빠른 의사결정 체계를 적은 사람으로 유지하고, 이 외의 필요한 기능들을 AI, 블록체인, 그리고 코드를 이용해서 적절히 대체해보려는 시도이다.
- 우리는 투자조합으로 시작하지만, 스스로를 투자조합으로 정의하지 않음. 이러한 스스로의 정의가 그 순간에 어떠하든, 빠른 의사결정과 행동에 부합하지 않으면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내린 정의를 버릴 것임.
- 우리가 풀려고 하는 문제가 우리를 정의한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 이더리움 위의 DEX. https://app.uniswap.org/ [^2] 샘 알트먼도 저랑 동일한 생각인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pW_sShJ3xvI?si=TBRWvOMR1nm_t6Pa&t=1026